파파고 돌림. 의역 심함
하늘에는 소용돌이 치는 검은 안개가 크고 끔찍한 흠집을 둘러싸고 세상을 조금씩 집어삼키고 있다.
불과 몇 분 전 도시의 전력계통은 완전히 무너졌고, 눈앞에는 어둠과 절망만이 남았다.
지금, 아카네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을 연 순간, 희미하게 반짝이는 두 눈과 마주쳤다......
아니, 안경을......
지휘사
우왓!
아카네
아, 노크하려고 했는데......나갈거야?
> 찾아가려고 했어
> 너랑 마찬가지야
아카네가 가지고 있는 단말기를 흔들었는데, 화면에는 내 위치가 표시되어있었다.
아카네
정전 이후로 감시 시스템이 완전 무용지물이 됐어. 나도 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네가 아직 방에 있길래 보러 온거야.
아카네의 얼굴에 부드러운 단말기 빛이 비춰져 어두운 밤의 달빛처럼 보였다.
아카네
오늘이면 모든게 끝나겠지. (지휘사), 하고 싶은 거 있어?
> 먼저 말해
> 네 말을 더 듣고 싶어
아카네
오는 길에 나도 생각해 봤는데, 아주 이상한 걸 떠올렸어......비웃으면 안돼.
나는 한 번 사직서를 내보고 싶어.
지휘사
뭐?
아카네
......아르바이트 할 때 퇴사가 제일 즐겁다고 하잖아. 난 이전에도 퇴직기금이 마련되면 사직서를 상사 책상 위에 처박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거야--
그만둘거라고!
뜻밖의 원대한 포부를 들어서 한동안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아카네
웃지 말라니까......
아쉽게도 돈을 충분히 모을 수 없었어. 중앙청의 일도 내가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게 했고......
> 시뮬레이션 한 번 해볼래?
> 안화를 찾으러 가는 건 어때?
지휘사
나를 네 상사라고 생각하고 사직서를 내보는 건 어때?
아카네
응?
지휘사
헤헤, 아카네, 그만둘거야?
아카네
맞, 맞아, 난 그만둘거야!
지휘사
퇴사 사유는 회사의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해서야? 아니면 업무 내용에 의문이 있었어?
아카네
아, 그 문제는 내가 모범답안을 찾아봤는데 가치관이나 개인적 성장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근데......거짓말 하고 싶지 않아. 비록 언제나 밤새워서 일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직접 하려고 했던 일들이야. 그리고....내 손길이 필요한 일들이 많았어.
중앙청과 고고학연구소의 대우도 좋았고, 두 몫의 월급 덕분에 고아원 사람들을 계속 도울 수 있었어.
지휘사
대우나 업무 내용 때문이 아니라 동료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아카네
다들 잘 어울렸고, 일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줬어. 그리고......
(지휘사) 너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예리하고 부드럽고 선의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
네가 없었다면 난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지도 몰라. 너랑 만나고 너와 친구가 되어서 기뻐.
> 부끄러운데...
> 나도 너무 즐거웠어
아카네
나, 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빛이 희미한 와중에도 붉게 변한 귀가 보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카네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아카네
망했어. 나는 내가 하는 일도 좋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그만둘래" 라고 말할 때는 역시 신나는 걸~
지휘사
퇴사에 성공하면 무엇을 할 계획이야?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내가 같이 가줄 수 있어.
아카네
음......
퇴사, 퇴사에 성공하면 잠부터 푹자고 싶을 뿐이야, 아직 생각 못해봤어......
아카네 옆에 앉아 그와 함께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사
그럼 눈 감고 자. 어쩌면 이건 악몽일지도 몰라, 우리는 곧 깨어날 수 있을 거야.
아카네
그럼 잠에서 깬 후에 뭘 할지 계획을 세워야겠네. 음......아무튼 일단 일주일 휴가를 내자.
......너무 많은가, 아니면 3일?
무엇이 웃겼는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나와 아카네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사는 것처럼 그렇게 웃었다.
--마지막 빛이 그의 손에서 꺼질 때 까지.
소파 위에 놓인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고 이내 새끼 손가락이 살짝 걸쳐졌다.
지휘사
무서워?
아카네
.......이제 무섭지 않아.
(지휘사), 너는 아직 너의 미래의 소원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이 어둠을 넘어 그의 눈을 본다.
지휘사
이미 이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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